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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거리/책 읽기

[책]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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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종류의 소설을 읽고 싶어서 찾다가 히가시노 게이고 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봐서 서초구 전자도서관에서 검색해봤다. 추리소설 작가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은 추리소설은 아니다.
- 나는 일본소설 취향인 건가? 몇 권이나 읽었다고 ㅎㅎ
- 다카야마 마코토의 에고이스트를 읽고 펑펑 울었는데 이 책도 계속 울면서 봤다. 전철에서도.
- 아주 특별한 이야기도 아닌 것 같은데 동북아시아가 공유하는 정서? 문화?가 있어서 그런가 뭔가 내 슬픔을 이끌어냈다.
- 어리석은 일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그 어리석음의 대가가 나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그 어리석은 사람이 완전한 악인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피해자가 잘못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잘못이 있었다 해도 피해자가 되는 것이 용인되는 것도 아니고, 잘못한 사람 본인이 아닌 것은 알지만 뭔가 가까이 하기 어렵고 껄끄러운 감정도 이해되고.
- 이런 상황을 볼 때마다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 생각이 난다. 2024년 나에게 최고의 작품은 다섯째 아이 같다. 어떤 글을 읽을 때마다 문득문득 다섯째 아이 이야기와 연결된다. 누구도 악인은 아닌 것 같고, 내가 그 상황에 놓이면 얼마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 신이 전능하다면 이런 상황은 있지 않았을 거고, 이런 상황이 존재한다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한강의 희랍어 시간에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은데 나는 이쪽에 가깝다. 하지만 다른 등장인물은 나의 신은 슬퍼하는 신이라고 했지. 슬퍼하는 신이라는 것은 인간의 선을 믿는 사람들의 집합일지도.
- 어릴 때는 선과 악이 쉽게 구별되고 나의 선악 판단이 옳다고 믿었는데 나이 들어보니 (여전히 선과 악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있지만) 모든 것을 알게 되면 선과 악을 판단할 수 있을까 싶은 상황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다 알지 못해서 선악을 쉽게 판단한 상황도 너무나 많은 것 같고. 그렇다고 모든 것에 방관만 하거나 판단을 보류하면서 살 수 없으니 내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판단을 할 수밖에 없고.
- 그래서 이런 소설을 읽는 게 좋다. 일상을 살면서 내 판단을 매번 의심하면서 살 수는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이 이야기에서 누구처럼 행동할 것인지를 되돌아보게 하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나와 다른 이유가, 나와 다른 상황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내가 옳기 때문이 아니라.
- 이런 상황의 해결책이 뭐가 있을까? 복지 확대? 누가 그 돈을 낼 것인데? 그 돈을 내야 하는 사람들의 동의를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돈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닐테지만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쉬운 방법인 것도 맞는 것 같다. 사회탓을 하고 사회가 해결하는 수밖에 없지 하는 것도 나 자신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해결해 주겠지 하는... 사유만 즐기고 말겠다는 것으로 느껴지고.

- 책은 재밌었다. 보통 출퇴근 길에 읽는데, 집에 와서도 읽어서 읽기 시작한 당일에 다 읽었다. 펑펑 울면서.
- 책 내용이 완전히 새로운 내용도 아니고, 신파라면 신파고, 어디에선가 봤을 법한 전개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루하지는 않았고 이런 저런 생각도 하게 한 괜찮은 내용이었다.
- 이 작가의 다른 책도 더 읽고 싶다. 추리소설 분야는 어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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