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의 땅
천쓰홍 (지은이), 김태성 (옮긴이)
민음사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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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하고 슬픈 책이다. 계속 우울하다.
- 1980년대 타이완이 배경이라고 한다.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 책을 읽으면서 계속 한국의 옛날이랑 비슷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60-70년대? 정도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심한 경우는 흔하지 않겠지만 우리나라 어딘가에서도 옛날에는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은 내용이었다.
- 딸을 낳으면 시어머니가 아기 얼굴도 보지 않고 돌아가는 이야기, 그 이후에 시어머니의 폭력 까지는 모르겠지만 딸 낳은 죄인은 많았을 것 같다. 박완서 단편소설집에 해산바가지 이야기가 비슷한 내용이었고.
- 대만이라는 배경 때문에 마르크스, 레닌을 읽으면 잡혀가는 이야기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건 우리 80년대까지도 흔히 일어났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마르크스 책 좀 읽는다고 잡아간다는 게 말이 되나 싶은데 말이지. 지나고보면 고작 책을 읽었다고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그 시대가 얼마나 야만이었는지. 그때의 탄압하던 사람들은 지금은 어떤 생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지. 그리고 지금 무언가를 탄압하고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시대가 변해서 지금의 그 논리가 말도 안 되는 걸로 밝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런지. 물론 안하니까 차별하려 드는 거겠지.
- 유교 문화가 바탕이어서 유사성이 많은 거겠지?
- 물론 특이한 것도 있다. 귀신들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평상시에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것 같은데, 대만은 평상시에도 귀신들이 계속 등장하는 것이 다르다. 우리는 집안에 우환이 생겨야 그때서야 혹시 집안에 원한 있는 귀신이 있지 않은가 돌아보는데 대만은 늘 귀신과 함께 사는 것 같다. 그게 대만 문화의 특징인지, 이 소설의 특징인지는 대만 소설은 처음이라 확실하지 않지만 작품 해설 부분을 보면 대만에서 귀신들에 대해서 우리보다는 더 관심 있는 것 같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차별은 어디서 오는 걸까 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한정된 자원의 편리한 배분 때문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본능적인 것일까? 그 본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내가 낳은 자식을 딸이라 차별하고 아들 중에서도 더 귀한 아들이 있고. 딸 중에서도 더 귀한 딸이 있고(이건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도 있었던 내용이고).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는 왜 구별해서 차별해야 할까. 인간 종족의 재생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하려면 요즘에는 재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이성애자도 많은데. 재생산에 참여할 수 없는(불임 같은 경우) 인간은 또 어떻게 대해야 하나? 차별의 정당화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관습? 역사? 전승된 문화? 그럼 그 역사나 문화의 시작은 무엇일까?
- 이민자들에게 문을 완전 개방하는 것에는 망설여지는 것 보면 자원 배분 문제 같기도 하고.
- 고대에는 동성애를 차별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는데 어쩌다가 이런 역사가 생겼고 계속되는 것일까? 구별짓고, 차별하고, 탄압하고, 지배하고, 뭐가 저런것들을 정당화시키는 거지? 내 일이 아니라는 방관? 게으름? 어디까지가 개인의 일이고, 가정의 일이고, 사회의 일인지도 구분짓기 어렵네.
- 동성애에 대한 차별에 대한 생각을 할 때마다 기독교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사실 다른 종교가 동성애에 특별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데 기독교가 반대한다는 것은 꽤 많이 알려져 있으니까. 도대체 하나님이라는 유일신은 자신이 창조한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지 모르겠다.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유일신이라니. 그런 종교를 어떻게 믿지? 내가 동성애자가 아니니까 믿어도 괜찮나? 내가 해당하지만 않는다면 이 사회에 고통받는 사람이 얼마나 있던지 상관없다는 태도가 종교를 가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태도인가? 사랑을 그렇게 내세우면서 말이지. 기독교라는 종교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신분제 타파나 남녀평등 같은 요소가 있어서 더 믿는 사람이 늘었고, 탄압받으면서도 그 종교적 신념을 지키려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지? 평등을 추구하던 그 종교가 왜 지금은 가장 보수적이 되었지? 평등의 개념을 왜 확장하지 못하고 이 시대의 가장 보수적인 신념이 되어버린 거지? 그런 종교를 계속 믿는 사람들은 뭘 지키고 싶어하는 것일까? 기득권이 되어버린 과거의 신흥종교인가? 믿음, 사랑, 소망이라는 단어를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거 보면 갸우뚱하다. 자신들끼리만 그런 단어를 나누겠다는 것일까?
- 더 쓸 말이 많은데 다른 책을 다 읽어서 일단 여기서 마무리한다.
# 24년 6월 후기 추가
- 내가 왜 딸 낳은 여성에 대한 핍박이 대만이 더 심하다고 생각했을까 싶다. 문득 다른 책을 읽다가 이 책 생각이 났는데 우리나라는 딸만 낳는다고 첩을 들이는 문화가 있지 않았나. 게다가 우리 직계는 아니지만 우리 방계쪽 할아버지 중에 한 분도 부인이 두 명인 걸로 아는데(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그 정도만 거슬러 올라가도 부인이 두 명인 사람, 첩을 들인 사람 이야기 흔하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저 책을 읽을 때는 그런 생각이 안 났는지 모르겠다. 보통 저 시대에 첩을 들이는 이유는 아들 못 낳아서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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