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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거리/책 읽기

[책] 채식주의자,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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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셨는데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를 안 읽어서 부랴부랴 읽었다.
- 인쇄된 책은 구할 수 없는 것 같던데 e북은 제한이 없으니 e북으로 읽었다. 구할 수 있었어도 e북으로 봤겠지만.

- 왜 이 책이 외국에서 상을 받았는지 알 것 같다. 물론 내용도 좋지만(?) 다루고 있는 소재가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가 많은 것 같다. 채식주의자, 가정폭력, 부부강간(?), 금지된 존재(?)에 대한 성욕 같은 것은 외국인들에게도 관심있는 보편적인 소재일테고, 개고기를 먹는 문화, 노브라를 이상하게 보는 문화는 아시아에 있는 독특하면서도 자신들에게는 우월감을 줄 수 있는 소재이지 않았나 싶다.
- 유투브에서 한강 작가와 김창완 가수의 인터뷰 영상을 봤는데 김창완 씨가 히치콕 영화같다는 표현을 하는 것을 보니 그런 것 같고, 그런 점도 외국인들에게 와 닿았을 것 같다.

- 나는 한강 작가의 책을 '소년이 온다'로 시작해서, '흰'과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으니 대부분 채식주의자 이후에 쓰여진 책이었고, 한국사와 관련된 책을 읽었으니 이런 소재의 책은 처음이었다.
- 한강 작가가 이런 소재의 글쓰기도 하는구나 생소했다. 그리고 초기작(?)은 나중의 글들에 비해서 읽기 쉽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 친절하게 설명하고 묘사해서 장면이 아주 잘 그려졌다. 최근에 읽은 다른 책은 추상화를 이해하려는 시도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느낌은 받지 않았다.

- 작가의 인터뷰를 보니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왜 영혜가 인간이기를 거부하게 되었는지를 쓴 거라고 한다.
- 한강 작가의 글로 읽으니 끔찍해보이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사실 개고기와 관련된 트라우마나 부모가 억지로 자식에게 강요하고, 거부했을 때 폭력을 당하는 사례 어떤 한국인에게는 있을 만한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모든 한국인이 겪지는 않지만 그런 일을 겪은 한국인이 분명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었다.
- 나도 개고기와 관련된 트라우마가 있는데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억으로는 이렇다. 어느 날 낮에 아마도 부모님이 마당에 있던 나를 방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래서 방에 들어갔는데 우리 집 담장 밖 길에서 이웃집 아저씨가 총을 쏴서 우리가 마당에서  기르던 개를 죽였다고 기억한다. (이게 정확한 기억인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총을 쐈다고? 싶기 때문에. 아무튼 내 기억은 그렇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개고기가 국으로 밥상에 올라왔는데 내가 먹다가 토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로 우리 집에서 개고기국은 먹고 싶은 사람만 먹는 게 되었다고 한다. (먹다가 토했다는 것도 이후로 개고기를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되었던 것도 나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언니가 알려줬다. 나는 그저 개고기의 그 말캉한 식감이 입에 들어오는 게 무지 싫었다는 기억만 있다.)
-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물리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아버지 요즘은 모르겠지만 우리 세대에는(?) 아니면 나에게는 흔한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우리 아버지가 나쁜 아버지에 속하는 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나쁜 아버지들이 있다는 것을 아니까. 하지만 영혜 같은 아이에게는 견딜 수 없는 아버지였을 수도. 그래도 나는 견디며 살아가는 인혜에 더 가까운가 보다.

- 한국문학을 읽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긴 한데 그게 꼭 좋지만은 않다. 그들의 고통이 더 잘 공감되니까 내 이야기도 자꾸 생각나고 그렇다.



- 형부가 영혜를 자기 작품의 대상, 성적 대상으로 본 것은 알겠는데 영혜는 형부와의 그 일 후에 무섭지 않다고 했던 것이 무슨 의미였을까 궁금하다. 자신이 식물이 되는 것이 무섭지 않다는 의미였을까? 그럼 영혜에게는 깨달음을 주는 일이었나?
- 어렸을 때부터 자살에 관심 있고 관대한 생각을 하는 편이었는데 지금도 그렇다.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살려야 할까? 그렇게 살리면 그 이후의 삶은 달라지나? 자살을 결심하게 된 그 상황에서 구해주지도 못하면 그 사람을 살려야하나? 태어날 때는 자기 의지로 태어나지 못하지만 죽을 때는 자기 의지로 죽게 두어도 되지 않나? 인간의 존엄이 살아가는 것에서 생기나?

- 지금도 종종 생각나는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의 이야기는 어디나 있는 듯 하다. 한 집단과 다른 이질적인 존재가 생겼을 때 그 집단이 하는 행동은 닮은 구석이 많다. 그러고보니 인혜가 그 엄마와 닮은 것일지도. 그 아버지는 영혜의 남편과 닮았고, 영혜의 형부는 그 아이와 어울리지만 이용하는 패거리인가?

- 한강 작가의 작품을 다 읽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내 생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을 원서로 읽을 수 있는 일이 또 있기 힘들테니까. 그리고 이 열풍이 좀 잠잠해지면 '소년이 온다'를 다시 종이책으로 구매해야겠다. 예전에 읽을 때 구매했었는데 누구 빌려줬더니 돌아오지 않았다. '소년이 온다'만은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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