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가 계속 기억에 남아서 다른 책을 골랐다.
- 작가가 아프리카에 살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네.
- 인종 차별에 대한 이야기인데, 물론 그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노예가 있는 신분제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물론 노예제도 공감하기는 어렵긴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있던 제도니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이해는 있는데 인종차별은 정말 이렇게까지 생각한다고? 하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
- 유투브 어느 영상에서 한국에 있는 흑인이 한국의 인종 차별과 프랑스(?)의 인종 차별이 다르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을 보니 그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 영상에서는 한국에서 흑인 차별은 잘 몰라서, 모르는 존재여서 차별(?) 두려움(?) 뭐 그런 종류라면 프랑스의 인종 차별은 역사적, 문화적 근본(?)이 있는 차별이어서 더 질이 나쁘다? 그런 식으로 얘기했던 것 같다.
-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영상이 떠올랐다. 흑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혐오, 역겨움을 강하게 표현하는 게 이 책의 여주인공이다. 이런 나쁜 여주인공도 익숙하지 않고 인종 차별에 대한 내용도 슬프다거나 분노한다거나 뭐 그런 반응이 아니라 공부하듯이 읽었다. 유럽인들은 흑인을 이 시대에 이런 식으로 생각했구나 하는 공부로.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기가 그렇게 먼 옛날도 아니다. 1940년대 이야기니까. 이런 생각을 하던 유럽인들이 100년도 안되어서 얼마나 변했을까.
- 그러고보면 역사적 배경이 있는 문제는 그 역사를 이해하지 않고는 어떤 문제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글로 읽는 것만으로 이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 나라에 그 사람이어야만 알 수 있는 문제의 깊이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제도 외국인들이 얼마나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냐 말이지. 인종차별의 문제도 그렇지 않을까.
- 그 시대 차별받던 흑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표현한 소설이 있다면 읽고 싶다.
- 다섯째 아이와 비슷한 맥락도 있는 것 같다. 다섯째 아이가 전형적인 행복한 가정을 가지고 싶었던 부부에게 닥친 위기를 통해 '전형적인', '행복한'의 불완전성, 이중성, 역겨움을 표현했듯이 이 책도 그 시대에 전형적으로 이루어졌던 인종차별의 비인간성, 역겨움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주인공들에게 서사를 주긴 하지만 독자가 그 서사에 공감해서 주인공들을 이해하라고 주는 서사가 아닌 것 같다. 주인공들이 왜 저러는지 이해가 되는 면도 있지만 나는 그 상황에 처해있지 않고 편하게 책 이나 읽는 사람이니까 주인공들을 비판할 수 있는데, 또 내가 그 상황에 그 사람이라면 그 행동을 비판만 하기도 어려운 뭐 그런 문제를 던져주는 작가다.
- 도리스 레싱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기는 하다. 흥미로운 작가다. 다섯째 아이가 더 내 취향에는 맞았다.
### 63p.
메리에게는 인생에서 '최고의 것'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으리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최고의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들 대다수에게 최고의 것이란 처음부터 독이 발린 것이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고향집을 생각할 때마다 메리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흔들거리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성냥갑만 한 오두막이었다. 결혼에 대해서 생각할 때면 충혈된 눈에 술이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린아이에 대해서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자식의 장례식에서도 고뇌에 찼지만 돌처럼 메마르고 단정하기만 했던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낳은 아이들을 좋아했으나, 자기가 직접 아이를 낳는다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처졌다. ......
'놀 거리 > 책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묵 (3) | 2024.12.19 |
---|---|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0) | 2024.12.10 |
[책]한강, 내 여자의 열매, 여수의 사랑 (7) | 2024.10.26 |
[책] 채식주의자, 한강 (4) | 2024.10.13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0) | 2024.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