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읽는 게 다시 재밌어진 후로 누군가의 추천목록을 읽는다면 첫번째는 문재인 대통령 추천목록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즈음 문대통령이 트위터에 이 책을 추천했고 도서관에 검색했더니 이미 대출 중이어서 도서 예약을 했다.
- 내가 빌리고 싶은 책은 지하철 탈 때 손에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이었다. 그런데 책을 보자마자 이건 들고 다닐 수 없는 책이란 걸 바로 알았다. 생각해보면 컬러 그림이 여러 장 실린 책이 가벼울 리가 없는데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 아무튼 빌려왔고 집에서 읽을 수밖에 없어서 주말이면 뒹굴거리던 시간의 일부를 이 책 읽는 데 썼다.
- 마음만 먹으면 하루만에도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처음에는 책이 그렇게 흥미롭지 않았다. 처음에 그림만 휘리릭 둘러보는데 일본풍인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첫 느낌으로 약간의 경계심을 가지고 봤는데 뭐 그럭저럭 읽을 만 하고 그림도 점점 익숙해지니 그냥 한국과 한국인을 그린 그림이구나 싶었다.
- 야외공간을 그린 그림 어디에나 배경으로 겹겹의 산과 소나무가 흔했다. 수양버들도 종종 등장하고, 지금의 한국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풍경들이 서양의 화가 그림에 흔하게 등장하니 처음의 경계심은 사라졌다. 이 시대의 한국도 지금의 한국이랑 감성이 그렇게 다르진 않구나. 나에게 이렇게 익숙하고 친근한 게 많이 보이는 걸 보면.
- 그림도 좋았지만 글도 나는 무척 좋았다. 화가의 이름만이 책 제목에 쓰이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 자매지간인 이 저자들은 1919년 3.1 운동이 있고 난 후 4월 초파일 전에 한국에 도착했다. 그 시기에 한국에 첫 방문한 것부터 운명적이다.
- 글을 읽으면서 서양인으로 눈으로 본 한국이라기보다는 따뜻한 시선의 관찰자가 한국을 소개하는 느낌을 받았다. 옮긴이가 문화인류학자라는 설명을 붙였던데 그런 느낌이다. 요즘 유투브에서 한국음식에 대한 외국인 반응 이런 컨텐츠가 흔한데 그것의 1919년 버전이라고 할까. 물론 음식에 대한 것도 아니고 외국인 반응도 아니지만 글을 읽어가면서 그 시대의 조선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이렇게 보였다니 국뽕과 자부심이 넘쳤고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했다.
- 우리의 독립은 외세에 의해 결코 주어지기만 한 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외국인의 글로 알 수 있으니 더 자부심이 넘친다고 해야할까.
- 동씨 그림과 그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사실 그 이야기가 더 좋았다. 이 그림을 보면서 이 나이에도 새로운 걸 받아들여서 변하려고 하는데 나도 계속 열린 눈을 가지고 변화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엘리자베스 키스가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그림을 그리고 세계를 여행했다는 이야기도 개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점이 있었다. 1900년대를 살았던 사람도 혼자서 잘 살다 갔는데 2000년대를 사는 내가 혼자 살아간다는데 (겁 먹진 않았지만?) 겁낼 것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 그리고 꼭 반 고흐나 피카소 같은 유명화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그저 어떤 일을 계속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훌륭한 업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했다. 모든 곳에 모든 시간에 반 고흐가 있을 수는 없으니까, 꼭 세계적인, 명성이 높은, 1등인 사람이 되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그게 결코 헛되지 않은 삶일 수도 있다던가 하는 생각도 했다.
- 내가 잘 모르는 다른 나라에 방문했을 때 이렇게 열린 마음으로 그 사회와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열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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