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장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지는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 민음사 유투브에서 소개된 책이었다. 대강의 줄거리를 기억하고 있어서 '사랑이야기, 요즘엔 흥미 없는데' 하면서 시큰둥하게 읽기 시작했다.
-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다음 내용, 다음 내용이 궁금해져서 틈 날 때마다 읽었다. 집에서도 읽고. 만원전철의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책을 읽는 거라 전철 타는 시간 외에는 굳이 읽지 않았는데. 평소 하던 점심 산책도 이틀이나 포기하면서 이틀만에 책을 다 읽었다.
- 다 읽고나면 전체적인 줄거리는 그다지 흥미롭진 않다. 일라나라는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한때는 미친듯이 사랑했던 사람과 결혼을 했는데 그 결혼생활이 처참하게 망가져 이혼당했고, 그 결혼생활에서 낳은 아들 문제로 인해 전남편에게 다시 연락하면서 현재의 결혼생활이 위태로워져 또다시 이혼당하는 이야기.
- 다 읽고 나서도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든다. 읽는 중간에도 도대체 이게 뭐야 하면서 계속 읽게 만들었는데. 서간문으로만 쓰여진 형식의 소설이 이렇게 흥미를 일으킬지 몰랐다.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리고 지금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비행기 추락사고 후의 블랙박스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착안된 제목은 내 감상엔 매우 적절한 제목이다. 그리고 다 읽고 난 지금도 일라나나 알렉스나 미쉘을 이해하진 못하겠다. 일라나의 선택들도, 돈을 쏟아부었던 알렉스의 의도도, 자신의 아내를 이해하지(용서하지?) 못하고 이혼하려는 미쉘도.
- 온갖 성경구절과 종교적인 내용, 역사적인 내용을 알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까? 공부하듯이 소설을 읽고 싶진 않아서 각주도 후반부에는 읽지 않고 넘겼다. 각주에 의해서 읽는 흐름이 방해되는 것도 싫었고.
- 이 소설을 통해서 얻은 수확 중 하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아랍인을 보는 시각이 다양하다는것,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언론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는 자극적인 일면만 부각되다보니 이스라엘 사람들 생각이 다 저런 거야?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저래? 하는 생각이 늘상 있었다. 이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데,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부가 나를 대변한다고 생각할 수 없듯이 이스라엘에도 현재의 정부가 자신을 대변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겠지. 팔레스타인 지역에 떨어지는 포탄을 구경하면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문재인 전대통령 집 앞에서 아직도 시위를 한다는 인간들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되려나?
- 이스라엘 사람들도 사람인지라 전쟁을 치르면서 사람을 죽이지만 그 죽음들이 자신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그들 자신을 망가뜨리기도 했겠지? 그 얘기를 알렉스가 편지에 쓴 거겠지?
- 아모스 오즈 소설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인리히 뵐 때처럼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거야 큰 수고가 아니니까. 그리고 아랍권 소설을 읽고 싶어진다. 그들은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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